책소개
지식을만드는지식 ‘초판본 한국시문학선집’은 점점 사라져 가는 원본을 재출간하겠다는 기획 의도에 따라 한국문학평론가협회에서 작가 100명을 엄선하고 각각의 작가에 대해 권위를 인정받은 평론가들을 엮은이로 추천했다. 엮은이는 직접 작품을 선정하고 원전을 찾아냈으며 해설과 주석을 덧붙였다.
각 작품들은 초판본을 수정 없이 그대로 타이핑해서 실었다. 초판본을 구하지 못한 작품은 원전에 가장 근접한 것을 사용했다. 저본에 실린 표기를 그대로 살렸고, 오기가 분명한 경우만 바로잡았다. 단, 띄어쓰기는 읽기 편하게 현대의 표기법에 맞춰 고쳤다.
황석우의 시는 크게 세 시기로 구분해 볼 수 있는데, 전반기는 1910년대 후반에서 1920년대 전반까지고, 중반기는 1928년부터 해방 후까지, 후반기는 1958∼1959년까지다. 전기는 상징시를 중심으로 자연시 창작이 병행되었고, 중기와 후기는 자연시가 주류를 이룬다. 전반기에 창작된 상징시는 관념적인 한자어와 상징적인 어휘로 시인의 현실 인식을 표현했으며, 자연시는 구체적이고 감각적인 언어로 자연에 대한 인상과 감상을 표현했다. 중기와 후기의 자연시는 시의 주체가 ‘태양’에서 ‘나’로 바뀌어 우주, 자연, 인간의 관계가 질서와 조화에 근거했던 것에서 만물 평등, 무위자연 사상으로 옮아가고 있다.
≪자연송≫은 1920년대에 창작된 황석우의 시편들 중에서 자연시만을 골라서 출판한 시집이었다. 시집의 서문에 의하면, 황석우는 ‘인생에 대한 시편’을 따로 모아 시집을 내려고 했으나 이는 실현하지 못했다.
황석우의 ≪자연송≫은 자연의 조화롭고 아름다운 유토피아적인 모습을 찬양하면서도 비유적인 차원에서는 비극적인 현실 인식이 드러나고 있고, 자연 역시 영원하지 않으며, 멸망과 죽음이 있다는 점에서 불완전하게 그려진다. 아나키스트였던 황석우의 시가 이렇게 된 것은 자연이 인간 사회에 비유되기 때문이었다. 자연 그 자체는 완벽하고 조화로울 수 있으나, 그것이 일제시대 조선의 현실로 비유될 때에는 간접적으로나마 비극적인 현실이 드러났다.
200자평
황석우는 아나키즘을 몸으로 실천한 문학인이었고, 권구현과 더불어 한국의 아나키즘 문학을 형성한 근대 시인이었다. 이 책에는 1929년 출간된 황석우의 시집 ≪자연송≫에서 동시와 일본어로 작성된 시를 제외하고 시인의 사상이 뚜렷하게 드러난 시를 중심으로 실었다.
지은이
황석우(1895∼1959)는 주요한, 김억과 더불어 상징주의를 수용해 자유시를 개척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호는 일민(一民), 상아탑(象牙塔)이었다. 그는 1895년 서울에서 출생했고, 어릴 적 부모를 잃은 것으로 보인다. 어린 시절에는 고모 집에서 자랐고, ≪자연송≫의 서두를 보면 누이 진경(眞卿)이 황석우를 뒷바라지한 것으로 보인다. 김억이 베를렌에 경도된 데 반해, 황석우는 보들레르에 경도되어 있었는데, 이것은 가난하고 빈한했던 그의 어린 시절과 관련이 있다. 그는 현실 세계의 비참함을 유토피아적 상상력으로 대체하려 했던 것이다.
1911년 4월에 보성전문학교에 입학했으나, 3학년 때 일제가 보성전문학교 모표를 폐기하도록 한 조처에 반발해 동맹휴학을 주도하다가 퇴학당한다. 1914년에 도일해 염상섭과 교류하고 1920년대 중반까지 동경과 서울을 오가면서 사회 활동과 문학 활동을 했다. 1916년에는 격월간 잡지 ≪근대사조≫를 발간했고, 1918년 일본 상징주의 시인 미키로후의 가르침을 받으며 미래사 동인으로 활동했다. 같은 해에 ≪매일신보≫에 문학평론을 기고하고, 1919년부터 ≪태서문예신보≫에 시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1920년에는 극예술협회의 창립 회원으로 참여했고, 그해 4월에 와세다대학 전문부 정치경제과에 입학했다. 같은 해 7월 ≪폐허≫의 창간에 참여했으나 동인들 간의 견해 차이로 2호부터 탈퇴했다. 1921년 5월 ≪장미촌≫ 창간을 주도하고 동인의 영역을 문단에 한정하지 않고 사회운동가까지 포함했다. 같은 시기 ≪대중시대≫의 창간에도 간여했는데, 이 잡지는 공산주의자들과 아나키스트가 함께 활동한 잡지였다. 그해 9월에는 흑도회에 가입했다. 흑도회는 일본인 아나키스트 오스기 사카에와 박열, 정태신, 김약수 등이 활동하던 조직이었다. 그해 11월에 동경에서 문화주의운동 선전문서를 배포하다가 검거되어 총독부의 감시를 받기 시작했다. 1922년 와세다대학에서 제적되고 흑도회도 해체되었다. 12월에는 조선문인회 창립을 주도했다.
1927년에는 만주이주조선농민보호연구회 부회장을 맡았다. 이 연구회는 만주 장춘에 거주하는 조선인들의 회합으로, 만주 전역에 거주하는 농민들의 생활 상태를 조사하고 대책을 강구하기 위해 조직되었다. 이 활동을 바탕으로 황석우는 1930년 초까지 국내 여러 지역에서 만주 지역의 실상에 대한 강연을 실시했다. 1928년 ≪조선시단≫을 창간했는데, 이것은 각 지방의 신진 시인들 내지 문학청년들의 투고작을 위주로 엮은 시 전문지다. 대중의 수준에 맞춘 문학 창작은 그의 아나키즘 사상의 실천이었다. 아나키즘은 이광수처럼 천재에 의한 문학 창작이 아니라 상하 귀천이 없이 모두가 평등하고 자율적인 개성을 발휘하는 문학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1929년 11월 ≪자연송≫을 발간하고, 그해 12월 주요한의 신랄한 비판을 받게 된다. 그의 시작 활동은 1910년대에서 1920년대 초까지 상징주의 시와 시론이 나타나는 초기와 1920년대 중반에서 1930년 초 ≪조선시단≫ 발간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중기, 그리고 국민대학교를 퇴직한 뒤 1958년에서 1959년까지를 후기로 할 수 있다. 그가 초기에 창작했던 상징주의 시를 거부하거나 부인하는 입장을 보였다는 점에서 그의 시의 본령은 자연시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권구현의 경우처럼 황석우의 삶과 문학은 결코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다. 황석우는 그의 아나키즘 사상을 실천하기 위해 조직을 만들고, 문예 잡지를 발간하는 일에 힘을 기울인다. 그의 이런 노력은 근대 자유시 형성에 기여했고, 계급문학 또는 마르크스주의 문학에 억눌려 있었던 아나키즘 문학을 형성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그는 또 예술을 위한 예술이나 천재에 의한 예술을 거부하고 대중과 호흡하기 위해 문학청년들이 활동할 수 있는 문학 장을 열어 주었으며, 스스로 대중의 수준을 고려한 자연시 창작에 매진했다. 그런 점에서 황석우는 아나키즘을 몸으로 실천한 문학인이었고, 권구현과 더불어 한국의 아나키즘 문학을 형성한 근대 시인이었다.
엮은이
김학균은 충북 보은에서 출생했다. 서울대학교 졸업 후 동 대학원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세종대 초빙교수를 거쳐 현재는 서울시립대 글쓰기센터 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염상섭 소설의 추리소설적 성격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는 1920년대 문학 연구에 매진하면서 논문을 쓰고 있다.
차례
太陽系, 地球
小宇宙, 大宇宙
太陽系
불의 宇宙
宇宙의 구멍
虛空을 메ㅅ구는 計劃
별, 달, 太陽
地球의 닷
내 동무 太陽아
太陽이 가지고 잇는 工場
太陽
거림의 世界
地球, 生物
地球 우의 植物, 人間들
太陽의 分家
空中의 運轉手님
달과 太陽의 交叉
光線의 부ㅅ채
물 자어 올녀 가는 太陽
太陽이 떠올으면
아ㅅ츰노을
새벽
닙[葉] 우의 아ㅅ츰 이슬
아ㅅ츰 맛임
뜨는 해와 드는 해
두 配達夫
흐린 날의 구름 속에 드는 太陽
右別題
달과 太陽의 숨박국질
太陽의 괴로운 싸홈
太陽系의 故鄕
太陽의 壽命
太陽이 돌아가시옵거든
Gondnawa 大陸!
한울 가운데의 말
한울 가운데의 무섭운 벙어리
두 盲人
한울 가운데의 섬
虛無人의 生物觀, 地球觀
斷想雜曲
葡萄빗의 젓
잠
꿈의 병아리
밤이 되면 내노아 준다
달 겻에 안즌 별들
별들
별들의 우
별들아 일어나거라
그네들의 秘密을 누가 암닛가
彗星
물속에 잠긴 달
空中의 不良輩
달밤의 구름 떼
구름 속에서 나오는 달
맑은 밤의 구름 속으로 들어가는 달
江과 바다 우의 달
달의 嘆息
月蝕
새벽 해 맛나는 달
달 뚝겅
三防月夜曲
시내ㅅ물 우의 달(三防에서)
번개와 우뢰
아ㅅ츰 참새
새벽녁의 뭇 닭
봄
봄 別吟
봄 詩 斷章
왜 그러심닛가
싹
나와 안어 맛으십시요
나비의 詩
나비 사랑하는 어느 꼿
이른 아ㅅ츰의 나비의 숩풀 訪問
나비와 버−ㄹ들의 하는 일
우리들은 新婚者
제비여
오오 제비들이여 오너라
이슬
물의 處女
안개
아즈렁이
아즈렁이의 洋傘 밋
나비가 날너 뛰여들어 갓소
봄이 오면 (童謠)
내 날게 맨들어 주오 (童謠)
세 빗!
봄날의 微風
微風
두 微風
微風과 아ㅅ츰 湖水
江물 우의 微風
한울의 혀[舌]
한울의 食傷
비ㅅ방울
봄비
數만흔 天文臺
비
비 오는 한울
地球의 바람 稱讚
어느 물의 하소연
나무와 풀의 生理解
꽃香氣
꽃들의 치마
나발꼿[牽牛花]
금잔花
적은 꼿들의 아ㅅ츰 人事
저믄 山길의 꼿
사랑의 聖母
아ㅅ츰 이슬에 저진 꼿들
싀ㅅ뻘건 딸기
꽃 겻의 合奏樂
반듸ㅅ불 (童謠)
다리아와 해바라기
뉘에게 싀집보낼가 (上別作)
나무들의 성화
蕪들
가지와 닙파리들
가을날의 코스모−스
學校 가고 오는 길 (童詩)
가을 自然의 舞蹈
가을바람과 나무가지들
가을바람과 풀과 나무
가을바람과의 니야기
落葉
귀ㅅ두람이 우는 소리
바람의 作亂
四季의 바람
四季 彈琴
一枚의 書簡
私生兒
自然의 掃除女
落葉의 怨魂
名歌手
가을의 囁語
落葉
短想 詩
밤 秋風
귀여운 달빗
겨울을 尊敬하라
눈의 꽃송이
눈
消毒灰
겨울바람의 猛虎
해설
지은이에 대해
엮은이에 대해
책속으로
落葉의 怨魂
길 지내는 바람 소래 듯고
나무 숩에서
논두렁에서
또는 길모ㅅ퉁이 담장 밋헤서
뼈만 앙성히 남은
꼴 慘酷한 落葉은
마ㅅ치 제 목슴 害친
밉운 怨讐를 보고서
길가의 그늘진 곳에서
입 악물고
주먹 웅켜쥐고
싀퍼런 칼날 번득이고
내다러 오는 怨魂과도 갓다